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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운전했다니, 죽어도 마땅했다.”
사우디의 유력 일간지 ‘알 쿠즈 알 아라비아’가 지난 2004년 1면에서 자동차 사고로 숨진 한 여성 운전자 이야기를 다루면서 보도한 내용이다.
사우디는 전 세계에서 여성의 운전을 법으로 금지한 유일한 나라다. 여성이 운전대를 잡았다가는 ‘지구가 멸망하려는가’ 같은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평범한 주부 나즈라 알 하리리(45)씨는 ‘용감하게’ 운전대를 잡기로 했다고 사우디아라비아 매체 아랍뉴스가 16일 보도했다.
엄격한 이슬람 샤리아법을 적용하는 이란에서조차 여성의 운전은 자유롭다. 하지만 사우디 정부는 여성이 운전을 하면 남성 운전자나 자동차 수리공 등 남성을 만날 기회가 많아져, 도덕적 가치가 붕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여성의 운전을 법으로 금지했다.
하지만 ‘여성 운전금지 제도’는 나즈라씨와 같은 여성들이 생겨나며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나즈라씨가 운전대를 잡은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이 고용한 운전사가 갑자기 사표를 냈기 때문이다. 그는 차를 놔두고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식료품 가게에 들르는 일에 고민이 생겼다. 그는 “전 세계 다른 여성들처럼 자연스럽게 운전을 했을 뿐”이라고 아랍뉴스에 말했다.
더구나 그는 이미 3개의 운전면허증을 갖고 있었다. 한 개는 이집트에서, 한 개는 레바논에서 딴 운전면허증이고 다른 하나는 국제운전면허증이었다. 그는 이집트에서 5년, 레바논에서 5년 동안 운전을 해왔지만, 오직 자신의 조국 사우디에서만 운전할 수 없었다.
사우디 현지 블로그 글 등에서는 나즈라씨가 ‘감히’ 운전을 한 것을 두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사우디 여성단체에서는 외간 남성이 운전하는 차를 타는 것보다 차라리 스스로 운전을 하는 게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도 더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또 여성단체에서는 이미 많은 사우디 여성들이 인근 아랍국가에서 국제 운전면허증을 취득해 자유롭게 운전하는 마당에, 유독 사우디 안에서만 여성 운전을 금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사우디 여성들은 ‘나는 6월 17일부터 운전을 할 겁니다’라는 이름의 온라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알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 왕자도 최근 여성 운전금지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면서, 이 같은 움직임은 탄력을 받고 있다. 아랍뉴스는 현재 2000여명의 여성이 이 캠페인에 참여할 의향을 보였다고 전했다.
한편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운전자는 1919년 3월 경성자동차 강습소에서 23세의 나이로 운전면허 시험에 합격한 전주 출신 최인선씨로 알려졌다.
[김성모 기자
sungm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