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옆 화단에 수북히 쌓인 흙은 , 비 오는 날이면 골치를 썩입니다. 화단 담짝보다 높이 쌓인 흙이 줄기차게 내리는 소낙비를 만나면 ‘이때다’ 싶어 스르르 화단을 넘고 도로를 점령해 흙탕길 주범으로 자리매김 합니다. 매번 넘치는 흙을 어디로 버려야 할까 ?
차를 몰고 길을 지나다 반가운 표지판이 하나가 눈에 띕니다 “ 흙 받습니다.” 그러나 덤프차를 불러 흙을 싣어 나르기에는 너무 적은 양이고 , 그렇다고 마구잡이로 버릴순 없고 , 고민 끝에 형광등이 번쩍 켜졌습니다. 그래! 교회 옥상으로 옮기는 거야!! 흙을 자루에 담았습니다.
교회 옥상 한켠에 , 작은 텃밭을 만들었습니다. 행여나 , 텃밭여파로 누수가 날 수 있으니 바닥엔 길다랗게 비닐을 몇겹이나 깔았습니다. 그리고 이마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힌후에 10여미터의 텃밭이 탄생되었습니다. 센드위치 판넬로 텃밭 담벼락을 만들고 길~게 늘여뜨린 담벼락 사이로 물이 잘빠지도록 수문도 셋이나 만들었습니다
툭~툭~ 손을 털며 우여곡절 끝에 만든 텃밭을 바라보니 , 흐믓한 미소가 번집니다. 송글송글 맻힌 이마에 땀방울이 시원스레 불어오는 냉천의 동남풍 여파로 금새 줄행랑을 쳐 버립니다. 정겨운 오천 오일장이 열렸습니다. 오천에는 매월 5일 간격으로 전통장이 열리고, 인스턴트화된 마켓에서 누릴 수 없는 솔솔한 기쁨을 누립니다.
전통장에서 구입한 모종을 텃밭에 심었습니다. 길다랗게 느러트린 텃밭 뒷줄에는 옥수수 군단을 심어 병풍처럼 텃밭을 터~억 하니 지켜줄 것을 기대하며 말입니다. 그 앞줄에는 조선호박 , 방울토마토 ,고추며 , 가지 , 상추 , 오이 , 그리고 수세미와 최근 유행을 타는 개똥숙 까지 꼽사리 끼여 골고루 심었습니다.
텃밭 바닥은 몇겹의 비닐을 깔아서인지 , 성장 속도가 일반 텃밭의 세배나 됩니다. 한달이 채 되기도 전에 벌써 고추가 열리고 작은 호박이며 , 오이며 수박이며 새순을 틔웠고 작은 열매가 맺혔습니다. 신기함을 넘어선 백배의 축복을 받은 이삭이 생각납니다. 한국땅을 밟은 형제자매들의 모습을 작은 텃밭과 번갈아 바라 보며 작은 미소가 번집니다. 피부색도 다르고 언어도 성격도 개성도 한국에 입국한 목적도 다 다르지만 , 우린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교회라는 공동체 안에 서있는 것입니다.
보잘 것 없고 작은 옥상 한곁의 텃밭이건만 각양 , 채소와 과실들이 한데 어우려져 함께 향기를 발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열매맺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입국한 형제자매들 에게도 한국땅을 떠나는날 , 아름답고 선한 좋은 열매를 가지고 고국으로 돌아갔으면 , 그리스도의 좋은 향기가 되어 금의 환향했으면 하고선 간절히 소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