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칼럼

사랑에 목말라 뜬밤을 지세우고

0 271 2017.02.06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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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행하기 힘든일이 있다면 그것은 사랑 하는일 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은 주님이 나를 사랑 하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주일 찬양 예배를 마치고  새벽이슬과 같은 청년들과 꿈쟁이 학생들이  걸레와 빗자루 그리고 몇가지의 청소도구를 챙겨 교회를 떠났다.  전쟁터에 나가는 비장한 군인들의 출정식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들의 얼굴은 말할수 없는 기쁨과 헌신을 소망한채 이미 교회 차량에 앉아 있었다.  얼마 달리지 않은 차량은 좁다란 골목길을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다 , 골목 모퉁이에 한켠에 있는 색바랜 냉장고 앞에 정차했다.  마치 군사작전을 전개하듯 숙달된 군사들처럼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냉장고를 차량에 싣었다.  냉장고를 싣은 교회차량은 오륙분여를 소리없이 달린 후 컴컴한 골목길에 정차했다. 


  그가 사는 집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지난해 7월이후 이곳에 둥지를 튼후 거미줄과 동거하며 , 악취와 친구하며 , 전쟁통의 전흔(戰痕)을 간직한채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이미 이러한 일에 숙달이 된 새벽이슬과 같은 청년들과 학생들에게는 더 이상 악취와 전흔(戰痕)정도는 문제가 될 수 없었다.  조를 나뉘고  지역을 분할하고 역할을 정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그가 사는 집의 구조는 이러했다. 미닫이 나무문을 통해 들어간 그의 집은  세탁기가 놓여있는 세탁장이 있고 , 세탁장을 거쳐서 거실겸 부엌이 있다.  그리고 조그만 문을 통한 단칸방이 있다.  방과 부엌겸 거실 그리고 세탁장  어느 한곳 이라도 성한 곳이 없었다. 십수년전 일본(日本)히로시마 원폭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의 집이 전쟁통에 폭격을 맞은 히로시마의 폐허와 방불한 상황이었다.  우선 방으로 들어가  방안에 있는 모든 집기물을 정리했다.  두채의 이불을 남겨두고 모든 이불을  마당으로  내다 버렸다.  바닥에 쌓인 먼지는 발자욱을 남길 정도로 소복하였고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오래된 빨래며, 잡동사니들은 준비된 쓰레기 봉투로 급하게 들어갔다.

    몇 번이고 바닥을 훔치는 가운데 뽀오얀 장판의 모습이 나타났다. 장판은  수줍고 겸연쩍한 모습으로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웃음을 보내는 것 같았다. 어느 정도 방이 정돈된 후 거실겸 부엌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전기밥솥에는 밥과 국이 뒤엉키어 몇날이 지난 듯 하였고  뚜껑도 원래의 모습을 잃어 버린지 오래였다.  밥솥 내외부 벽에는  국물과 찌끼들의 고드럼이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그렇게 많은 불순물이 엉켜 있음에도 밥솥에 ON /OFF 신호가 작동 되는 것은 거의 신기(神奇)에 가까운 일이었다.  싱크대 내부 구석구석에는  온갖 찌끼와 얼룩 때들이 가득하였고 까막까막한 쥐똥들이 이리저리 마구잡이로 굴러 다녔다. 

    이미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立春)이 지나고 얼음이 녹고 싹이 트는 우수(雨水)가 지났음에도 시샘하는 꽃샘 추위는 쉬 물러가지 않아 청소 대작전은 많은 애로가 있었다.  따뜻한 물의 혜택과 전혀 상관이 없는 곳인지라 짜릿한 수둣물은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는 시험수(試驗水)같았다.  그러나 어느 한사람 이라도 게으름과 내통(內通)하는 사람이 없었고 그 누구도 눈치와 결탁(結託)하는 이가 없었음에 감사한다.  상황과 주어진 직무에 110% 임무를 완수하는 아름다움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전쟁터와 방불한 구석구석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싱크대의 반짝이는 은빛 불빛이 , 주방과 거실을 은은하게 비취고 , 세면장 곳곳에 수북히 쌓였던 찌끼들과 먼지들은 ,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수 없음을 직시하고 줄행랑을 치고 있다.  골목길 한켠에 우뚝 세워진 냉장고는  원래 타고난 품종(?)으로 원기를 회복하고  냉장고 원래의 백색미인(白色美人)으로 제모습을 찿아간다.  한팀을 교회로 급파했다. 덩그러니  빈 냉장고만 놓을 수 없지 않는가?  선행적으로  가장 긴급한 공수물자인  김치와 깍두기 , 계란 , 라면 , 김 , 참기름 , 식용유 ,햄 등이 공수되고  보너스로 밑반찬과 음료수도 함께 주어졌다.

  옆집 아주머니가 힐끗 쳐다 보고서는  툭 던지는 소리로 “뭘 할려고 이렇게 잘~해 줍니꺼?” “잘~해 줘도 소용이 없어요” 이해가 되는 말이다.  그러나 이해 하려고만  하지 않는다. 아무런 조건없이 수용 하려 한다. 주님은  남들이 사랑하는 자 만을  사랑한다면  참사랑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사람들이 사랑할 수 없는 조건을 가진 인생 ,  아니 사람들에게 철저히 버림받고 외면당한 그러한 인생 ,  어쩌면 우리 주님은 그러한 사람들에게 마음을 더욱 쏟고 계신지 모른다.  자신의 방을 깨끗이 청소하는 의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우리의 손길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아주머니에게 감동서린 한마디를 중얼거렸다.

    “죄를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마십시오”  아주머니가 찔리시는지 “허~~~”  하고 웃어 버린신다.  주님은 얼마나 우리를 사랑하시는가? 주님의 사랑은 생각만 해도 눈물이 핑돈다.  우리는 그 사랑을 수없이 깨닫고 느끼고 있음에도  정작 우리는 사랑에 얼마나 인색한가?  자신의 유익과 이익 그리고 행복과 엔죠이(Enjoy)를 위해서는 얼마나 관대했던가?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행복에 대해서는 얼마나 인색했던가를  생각해본다.  이세상을 살아가면서 주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는 그 사실은 얼마나 쉬~ 깨달을수 있는 일인가?  온 세상이 주님의 사랑으로 가득차 있고  매 순간마다  사람을 통해 , 자연을 통해 ,  특별한 계시 방편을  통해  주님의 사랑의 멧세지를 들을 수 있고 숨결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주님의 사랑을 먹고 마시고 심지어 풍성함을 누리면서도 그 사랑을 실천하고 나누어 주기에는 얼마나 인색한가?

  참으로 주님 앞에 송구하다.  주님은 자신의 몸을 불사르게 내어준다고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셨다.  사랑하기가 참으로 힘들다!  거짓없는 참사랑 말이다!  가식없고 포장되지 않은 순수한 사랑 말이다!  나의 삶의 이익과 전혀 관계없는 순수한 사랑 말이다  주님 !  주님의 사랑에 오늘도 목이 마릅니다. 주님의 사랑에 목말라 이밤을 지세워 봅니다.  주님의 사랑을 느끼고 깨달은 것은 많지만  정작 사랑하지 못한 연약한 인생을 불쌍히 여기소서!!  주님! 아무런 조건없이 끊임없는 사랑으로  나에게 다가오시는 주님의 사랑을 이웃들에게 값없이 나누면서 살게 하옵소서. 주님을 사랑합니다.  사랑하게 하소서!!.
                                                                          포항현대문인협회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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