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대라 불리는 파출소에서 호출이 왔다. 부리나케 달려갔다. 파출소 직원이 가리키는 손가락을 끝을 따라가본 후에야 타이어 펑크가 난 사실을 알았다. 타이어 펑크가 난 사실도 모른 채 파출소로 달려간 것이었다. 파출소 한구석에는 한눈에 보기에도 행색이 초라한 노인이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온갖 세상의 잡념과 걱정근심 고통을 다 끌어 앉은 채 말이다. 연유인즉 하루하루 길거리에 파지(종이 BOX) 를 주워서 생활하는 그 로써는 한 리어카 가득 싣어도 겨우 2~3000원을 벌까 말까 한다. 그러니 자연적으로 돈이 되는 철근이며 쇠붙이며 고철을 줍지 앉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리어카에 주섬주섬 담은 것이었다. 본인에게는 고물 이지만 주변이나 인근에 방치해 놓은 사람들에게는 재산의 일부인 셈이다.
소중하지 않지만 자신의 물건이 없어 진 것에 대한 분개(憤慨)는 대단한 것이다. 급기야 고발을 해버렸다. 지구대에서 연락을 받고 행색이 초라한 노인을 연행했다. 가족도 친척도 아무도 없었다. 신원 확인차 동사무소 에 연락을 하니 “경동교회 목사님에게 연락해 보슈”라고 안내를 한다. 전후사정을 파출소 소장께 소상히 이야기 했다. 그 노인의 현재적인 상황을 말이다. 그리고 그의 관한 확정되고 보장된 내용은 없지만 최소한의 기본권을 보장 해주려는 국가적인 재원지원을 위해 서류절차가 이렇게 진행되고 있노라고 말씀을 드렸다. 읍사무소에 생활보호대상자 신청을 해놓은 상태로 결과를 보려면 진행과정이 달포 이상은 걸린다고 말이다. 그리고 조그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마치 쥐가 고양이에게 쫓겨 궁지에 몰리게 될 때 어떻게 하겠는가? 라고 하며 그 분의 입장에서 고려해 달라는 것이었다. 파출소 소장은 강직하고 정이 많은 분인 듯하다. 흔쾌히 허락을 하시며 오히려 “목사님 읍장님을 한번 만나보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고 하시며 가난하고 힘없고 어려운자의 편에 서는 배려까지 보여주신다. 파출소 문을 나오면서 짧은 해방감이 쓰며든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충분히 그럴 수밖에 없다고 이해하고 수용하고 받아들였다. 하루속히 기본권이 보장될 수 있는 국가적인 재원지원의 날만 기다렸다.
며칠동안 눈이 꽤 많이 내렸다. 빵을 배분하러 가정가정 방문을 했다. 꼬불꼬불한 동네를 지나는데 웬 아주머니의 요란한 목사리가 들려왔다. “목사님 큰일 났습니다 그 영감탱이가 또 잡혀갔어요” 아침일찍 파출소에 잡혀 갔다는 것이다. 이미 시간은 오후4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아차, 하는 순간 파출소로 달려갔지만 파출소에서도 더 이상 봐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경찰서로 넘어갔수다!”~~ 더 이상 관용의 손을 내밀 수 없을 뿐 더러 괜 한일로 민원발생을 야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남부 경찰서로 달려갔다. 그는 유치장 입구에 고개를 떨군채 온 세상을 고통과 아픔을 끌어앉은채 묵비(黙秘)하고 있다. 담당형사를 만났다.
전후사정을 말 하고 연신 도움과 배려를 요청했음에도 막무가내다 “글쎄!! 한번 두번 이면 좋겠는데....” 안된다는 것이다. 다시 사정했다. 그리고 모든 제반 보상이나 책임사항은 내가 떠맡겠다고 .... 형사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목사와의 소란이 안쓰러웠든지 형사반장은 “목사님!”~ 하고 긴 목소리로 부른다. 형사반장과 장시간의 대화를 나눴다. 이미 조서(詔書)가 꾸며진 상황인지라 자신들도 더 이상 손쓸 수가 없다는 것이다. 형사반장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잘라서 말 한다. 정말 난감한 상황에 이르렀다. 아! 여기서 포기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밀려왔다. 그 순간 “내가 아직 포기하지 않았는데 왜 네가 포기하려느냐…….”주님의 음성이 들리는 듯 하였다.
다시 용기를 내었다 형사반장에게 애원을 했다. 그리고 인보증까지 써서 책임성에 대한 분깃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합의 관한 모든 부분을 확실하게 책임지겠노라고 다짐을 하며 사후(事後)에 발생하는 모든 책임에 관한 부분에 대한 책임성의 논란도 언급을 했다. 형사반장의 마음이 움직인 듯 하였다. 담당형사를 불렀다 한참 실랑이를 한 연후에 노인과 함께 불려갔다. 취조하는 순간 계속해서 몇 번이고 멈춤을 반복하다 이어졌다. 이유인즉 만일 이번에 또 일이 발생하면 ……. 이라고 하는 이유 때문이었다.
장시간에 조서를 꾸민 후 연신 허리를 숙여 형사반장과 담당에게 감사를 드렸다. 그리고 경찰서 형사 계를 빠져나왔다. 전혀 미안 해하지 않는 그의 당당함 때문에 오히려 마음을 조마조마하며 가슴을 저민 것이 나였다. 경찰서를 빠져나와 집 근처에 도착을 했다. 그리고 다음날에 합의를 하러 가야하니 , 그리고 물건을 돌려줘야 하니 , 약속을 하고 시간을 정했다. 다음날 약속된 시간을 기다려 교회로 내려갔다. 그러나 인기척이 없다. 아직 인사불성이다 전화통이 불이 난후에야 기척을 보인다. 기다리다 못해 다시 찾아 갔다. 그리고 차에 태워 함께 피해자를 찾았다. 그러나 잠시 틈만 나면 그는 줄행랑이다. 두 번이나 반복을 하면서 다시 차를 태워 그 집으로 갔다. 피해자에게 마치 죄인인 냥 사과를 드렸다. 그리고 용서를 구했다. 선처해 달라고 ……. 모든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택계단에 잃어버린 물건이 그의 창고 에 숨겨져 있는 사실을 우연하게 발견하였다.
그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해했다 오히려 그의 미안한 마음을 덜어 주기라도 하듯이 여러 가지 말꼬리를 돌리며 애써 태연한척 하였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이 찍힌 셈이다. 물에서 건져 주었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상황과 무엇이 다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이해한다. 그럴 수 있다. 아니 오히려 그 모습은 하나님 앞에 죄인 된 우리의 모습이라고 자위했다. 그리고 우리인생을 사랑하셔서 자신의 생명을 십자가위에 속죄의 재물로 내어 놓으신 그리스도의 큰 사랑에 비한다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해 본다. 주님을 생각해 보았다. 제자들이 배신하고 주님 곁을 떠났을 때 그 심정이 어떠했을까 그럼에도 주님은 최후의 일각까지 그들을 사랑한다는 그 사랑 가득 찬 메시지를 땅에 내려놓지 않았다. 오히려 배반의 골이 깊어 가면 갈수록 주님의 사랑의 강도는 더욱더 커졌다.
남들이 사랑하는 자들을 사랑한다면 그것이 참사랑일까? 사랑하고픈 연고가 어디서 발출 되었을까? 우리가 사랑 하고픈 연고는 아무리 우리 자신을 돌아봐도 주님의 사랑 받을 수 있는 조건 이라곤 눈곱 만큼도 없건만 우리를 사랑하시는 주님의 사랑이 강권 하시기에 그 사랑의 강력에 그 사랑의 물결이 범람해서 그 사랑이 불타므로 우리도 사랑하는 것이다 정말 사랑하고프다 나의 영혼을 위해 대속(代贖)하신 주님의 사랑으로 말이다. 사랑해요 주님!!
포항현대문인협회 200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