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칼럼

지천명을 꿈꾸며

0 302 2017.02.06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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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학균

        요즈음 나는 매주 일요일이면  외국인근로자 상담센터를 찾아가서 외국인 형제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칩니다다. 아니 가르친다는 핑계로 태국 말이나 중국어 등을 배운다는 표현이 맞을 것입니다. 한 반 시간 정도 배우고 가르치다 보면 몇 마디 뜻이 통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땐 마치 내가 그 나라 말을 다 할줄 아는 것처럼 착각에 빠지곤 합니다.
  중국 형제를 만나면 “니 하오!”, “취 판 러 마” 등 몇 마디 하지만, 베트남 형제를 만나면 “신쨔이!”, 태국 형제에게는 “스왓띠 캅!” 딱 한 마디뿐이니다. 그래도 인도나 스리랑카 등 영어권 형제를 만나면 안부도 묻고 지난주에는 어디 갔었느냐 는 등 제법 몇 마디 하곤 합니다. 이렇게 하다 보니 가까운 사람들을 만나면 내가 요즘 몇 개 외국어(?)를 한다며 농담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말 공부 시간이 끝나면 함께 예배를 드린 후 점심을 먹습니다.  여러 나라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밥 먹는 것도 제 각각입니다. 비교적 많은 량을 먹는 중국형제, 체구만큼이나 작게 먹는 태국 형제, 기골이 장대한 우즈백 형제들은 가끔 오지만 한번 오면 많이 먹습니다. 어쨌든 식탁도 없지만 모두들 그렇게 맛있게 먹을 수가 없습니다.
 점심 식사 후에는 어김없이 풋살구장으로 가서 함께 공을 찹니다.  한 두어 시간 동안 땡볕에 나뒹굴고 나면 말도 통하지 않는 이 형제들이 어찌나 사랑스럽고 정이 가는지 모릅니다. 땀으로 뒤범벅이 되고 얼굴 이곳저곳에 허연 소금이 말라붙어서 몸은 끈적거리지만 상쾌한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생수 한잔 마시고 다음주에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해어질 땐 새카만 얼굴에 반짝거리는 이를 보이며 웃는 해맑은 미소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서너 달 이렇게 하다보니 전에 입던 바지를 죄다 두세 치나 줄여야 되는 행복을 맛보고 있습니다. 나는 이것을 하나님께서 “덤으로 주신 은혜”라고 아내에게 자랑 하기도 합니다.    요즈음 나를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의 인사말 중 하나가 “왜 이렇게 탔느냐?”는 것과 “살이 빠진 것 같다”는 말입니다. 그러면 나는 어김없이 풋살 얘기와 함께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얘기를 하곤 합니다.  이분들의 열심히 사는 모습과 꾸밈이 없는 착한 성품, 그리고 고마워할 줄 아는 넉넉한 마음과 함께 그리운 가족들에 대한 향수를 숨기지 않는 천진한 모습 속에서 나의 잃어버렸던 옛 모습을 볼 수 있는 것 같아 더욱 즐겁고 보람이 있다는 얘기와 함께 말입니다.

  나에겐 소박하지만 원대한 꿈이 있습니다. 하루속히 중국어도 배우고 태국어도 배우고 나아가서 베트남어를 배워 가까이는 코리아드림을 꿈꾸고 있는 저분들이 이곳에서 돈을 벌어 자기 나라에 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며, 멀리는 내가 신뢰하는 하나님의 사랑을 전해서 내가 누리는 이 행복을 함께 나누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가능하다면 이순(耳順)의 고개에서는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힘이 다할 때까지 이 나라 저 나라로 다니며 여기서 인연한 형제들을 만나 그들이 새롭게 시작한 신앙이 30배 60배 100배의 결실 맺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어 마지막 인생의 여정을 신앙과 함께 마무리 하고 싶습니다.

  마치 겨우내 말랐던 앙상한 가지에서 세 살배기의 솜털 같은 연하디 연한 싹이 자라 이글거리는 햇볕을 가려줄만한 그늘을 만들어 지친 나그네에게 쉼을 주는 나무처럼 말입니다.  지천명(知天命)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반문할지 모르나 내 딴엔 심각하고 꼭 이루고 싶은 꿈입니다.    지금까지 해 놓은 것이라고는 먹은 나이 밖에 없지만, 이 꿈만은 꼭 이루어,이 세상에서는 나 자신에게 자랑하고 싶으며, 저 세상에서는 당신으로부터 “잘했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라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김학균님은  해동문학회원이며 ,포항장로성가대원
                                            포항시청신우회 회장이며 포항양덕교회
                                            시무장로이며 오천읍사무소에 근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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