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칼럼

최고의 선물

0 367 2017.02.06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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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최대 명절인 구정(舊正)이 지났다.  올 설 연휴는 다른 해 보다  유난히 길어서 민족 대이동에 별 어려움이 없는 듯 하다. 설을 앞둔  토요일 오후 막바지 귀경길 차량들도 시원스레 고속도로를 질주한다. 고향을 가는 사람도 고향에서 기다리는 사람도 설레기는 마찬가지다.  고향집을 방문하는 손길마다 한 아름 선물 꾸러미로 가득하다.  선물을 전해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모두들 행복에 겨워한다. 

  설날을 며칠 앞두고  누군가 찾아왔다.  000성도였다.  그는  60평생을 홀로 살았다.  차라리 독짓는 늙은이의 처지였으면 좋을 법 하다 . 그러나 그에게는 바람난 아내도 , 철부지 자식도 없었다. 피붙이라고는 단 한사람도 존재하지 않았다.  맹호부대의 위용으로 파월(播越)받으며 수많은 손수건으로 눈시울을 적실 때에도 그를 향한 시선은 한줄기도 존재하지 않았다.  인생의 3/1을 담안의 수용생활로 탕비(蕩憊)했을때  그에게 남은 것은 굵게 패인 주름과 성성한 백발뿐이었다. 처량한 초승달 마냥 휘어진 그의 허리는 *단사표음(簞食瓢飮)을 위한 몸부림 이며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하는 그의 삶은 오늘도 빈 박스(BOX)와 쇠붙이와 힘겨운 리어카 전쟁을 벌인다.


    “목사님예~ ”  그 의 손에는 덩그러니 검정 비닐봉지 하나 들려 있었다.  거친 손에 들려 있는 비닐봉지 안에는 꿈틀 꿈틀 살아 움직이는 미꾸라지 십수마리가 움직이고 있었다.  “왠 미꾸라지죠?”  그는 괜 싫이 겸연쩍어 하면서 말꼬리를 흐린다.  “맛있게 끊여 잡수셔여~” 엄동설한(嚴冬雪寒)맹추위에 어디서 미꾸라지를 구해 왔을까?  시장(市場)에 가서 돈을 주고 살수 없는 그의 형편을 뻔히 아는 나로서는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형사 콜롬보의 바바리 옷깃을 세우고서 번뜩이는 재치를 대동한 후 그의 행보를 알 수 있었다.  그는 인근에 위치한 물웅덩이를 늘상 눈여겨 보아 두었던 것이다.  물웅덩이를 눈여겨 보아둔 이유는  그 웅덩이에 미꾸라지가 서식하고 있었고 그 미꾸라지는 한겨울 그에게  주요한 단백질 공급원 이기 때문이다..  화려한 단풍이 하나 둘  소리 없이 떨어지고 동장군(冬將軍)이 엄습하는 한겨울은 웅덩이를 급습(急襲)하기에 가장 적절한 적기(適期)였다.  그도 그럴 것이  가을을 필두로 웅덩이의 물이 서서히 빠지고 있었고 한겨울에는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웅덩이의 중앙부까지 늠름하게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삽 한 자루 어깨에 턱~ 둘러매고 콧노래까지 대동하면 어느듯 물웅덩이의 심장부는 백기(白旗)를 밀어 올리며 투항한다.  평소 눈여겨 보아둔 곳이라  어림짐작으로  삽질을 해도  어설픈 삽질 몇 번이면 한겨울 단백질 공급은 만사오케이다.  그러나 실상 그 과정을 눈여겨 들여다 보면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며 더욱이 설날 전후로 해서 엄청난 한파(寒波)가 몰아친 것을 감안 한다면 고생 좀 했을 것이다.  특별히 미꾸라지를 잡아 오던날은  최근 수년 중에 최고 추운 날 이었다.  가장 추운 날 , 최고의 정성과 땀으로 잡은 미꾸라지 선물 , 그 미꾸라지는 메마르고 , 상투적인 선물과 사뭇 달랐다.  그 미꾸라지 선물은 그 분의 최고의의 마음을 담고 ,  최고의 가치를 담아서 준비한 최선의 선물이었다.  검정 비닐 봉지에 남들이 들여다 보지 못하도록 숨겨진 가득한 사랑을 담고서 말이다.


  인스턴트 , 아스팔트 문화에 익숙한 이 시대에 풋풋한 정(情)과 가득담은 향기 있는 사랑의 선물인 셈이다.  아내가 끊여온 추어탕을 앞에 두고  소리 없는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  언젠가  노회 산하  목사 연합회 모임을 경동교회 주최로 가졌다.  인근에 소재한  추어탕 집에서  점심을 대접했다.  그러나  전문 추어탕 식당에서 정성스럽고 맛깔스럽게 만든 추어탕 이라고 할지라도  이 맛과는 결코 비교할 수 없으리라.  정말 맛있는 생애 최고의 정성의 추어탕이 아닐까?  추어탕 맛 정말 진하구나 ~~. 



 * 단사표음(簞食瓢飮): ‘도시락밥과 표주박 속의 국' 으로 구차하고 보잘 것 없는 음식을 말함

                                                                                  포항현대문인협회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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