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칼럼

향연기도

0 445 2017.02.0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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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연기도(香煙祈禱)-하광락 목사 

신호등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차는 횡단보도 앞에 스스르 멈추었다. 핏기하나
없는 한 청년이 흐느적거리며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걷기조차 힘들어하는
청년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요란한 경적 소리에
정신을 차렸을 즈음엔 이미 신호등이 푸른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언제 그랬느냐
듯이 청년의 기억은 사라지고 요란한 굉음을 지르며 차는 힘차게 달리고 있었
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필연적으로 그 청년을 다시
만났다. 처음 청년을 만난 횡단보도로부터 불과 1㎞ 떨어진 곳이었다.

청년은 입에 맞는 메뉴를 찾지 못하였는지 식당 출입을 반복하며 이리저리 서성
이고 있었다. 마치 목이 말라 방황하는 사슴 마냥 무언가 갈증하며 찾고 있었
다. 하나님께서 왜 청년을 두 번씩이나 만나게 하셨을까?라는 생각이 질문처럼
던져지는 순간 몸은 벌써 청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초췌한 청년의 핏기하
나 없는 헬쓱한 얼굴에 눈동자마저 초점을 잃고 있었다. 그는 연거푸 거친 숨을
몰아쉬며 호흡하기조차도 곤란해 했다.

청년의 곁으로 다다가 신분을 밝히고 손을 내밀었다. 청년의 손은 소스라칠 만
큼 차가웠다. 근황을 물어 보았다. 몸이 어떠하며, 집이 어디며, 무엇을 하
며……. 모든 상황이 뒤죽박죽이었다. 일정한 집도 없고, 모친은 돌아가시고, 부
친과 형제는 연락을 끊은 지 1년이 넘었다고 했다. 주민등록이 말소되면서 의료
보험 카드마저 말소되고 몸은 심각한 상태에 이른 듯 했다. 우선 한가지, 한가
지 차근히 풀어 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먼저 요기를 해야겠다. 밥맛이 있을
리 만무했다. 밥맛이 없어 냉면을 먹고파 이리저리 헤매며 서성였던 것이었다.

아직 완연한 봄의 향연이 채 끝나지 않은 터라 냉면집 깃발은 휘날리지 않고 있
었다. 그런데 그 청년의 소망을 알기라도 하듯 전문 냉면집이 눈에 띄었다. 바닷
바람이 아직도 매섭게 불고 있는 해안도시인지라 냉면은 시원함보다 서늘함으로
다가왔다. 결국 열어제친 문을 닫고 따뜻한 육수를 연거푸 마시며 냉면을 먹었
다. 요기를 한 청년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해 보였지만 조금은 생기가 도는 듯 보
였다. 청년과 함께 동사무소로 발걸음을 향했다. 말소된 주민등록을 살리고 또다
시 의료 보험공단으로 향했다. 의료 보험증도 발급 받았다.

지체하지 않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동안 담당의사로부터 내
내 눈총을 받았다. 왜 이제 왔느냐고 하는 눈치였다. 며칠이 지난 후 의사로부
터 소견을 들었다. 보호자를 대신해 삼촌이라고 하고선 보호자가 되었다. 담당의
사는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피를 만들어 주는 혈소판이 작동이 잘되지 않
고 백혈구와 적혈구의 수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은
밀히 전해주면서 속히 종합병원에 정밀진찰을 하라는 것이었다. 시간을 다투는
일이었다.

혹 백혈병 일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 순간 아찔함을 느꼈다. 백혈병일수도 있다
고요? 1년 이상 소식을 끊은 부모와 다시 연락을 하기로 합의 하고 대신 전화를
걸었다. 그 청년의 아버님께 차근차근 정황을 설명들였다. 아버님은 연로했다.
과거 해병출신 군인이기도 하였다. 역정도 내고 성도 냈다. “전 그런 아들 없수
다”라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죽어 가는 아들을 내팽개칠 아버지가 어
디 있으랴! 다시 전화를 드렸다.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진 것 같았다. 아들에 대
해 마음 문을 열고 자신이 처한 현재 형편에 대한 푸념을 시작했다. 기나긴 시간
을 침묵하며 이야기를 들었다. 마음이 열린 것이다 1년 전 작은아들과 함께 집
을 나간 큰아들도 수소문을 해서 찾았다는 것이다.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미명 성도들의 기도의 향연에 청년의 이름이 오르락내리
락 하고 있다. “그 청년의 영혼에 은총을 주시고, 치료의 광선을 발하여주시
고, 생명을 연장시켜 달라고…….” 그 시간에 또 다른 교회에서 동일한 기도의
제목이 향연이 되어 하늘로 오르내리고 있었다. 청년의 부친은 부인을 여의고
두 아들마저 집을 나가자 밀려오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모 교회에 운전기사로
취직을 했다. 그의 외로움은 집을 나간 아들들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밀려올
때마다 기도의 향연으로 승화되었다.

기도하는 성도들을 모셔오기 위한 새벽기도 차량운행은 부친의 살아있는 기도였
다. “주님!! 집을 나간 아들들을 찾아 주소서!! 집을 나간 아들들이 돌아오게
해주소서” 핸들을 잡은 그의 기도는 향연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 그리고 응답
이 되었다. 이젠 그의 기도제목이 바뀌었다.

“주여! 아들의 영혼에 은총을 주시고… 아버지여! 치료의 광선을 발하여주시
고… 하나님! 생명을 연장시켜 주소서.”
기도의 향연이 하늘로 올라가고 있다. 성도가 기도해야할 당위성이 여기에 있
다. 기도는 향연이 되어 하나님 나라로 상달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응답이 되어
반드시 돌아오기 때문이다. 우리 하나님께서는 성도의 기도를 반드시 접수하신
다. 그리고 해결해 주신다. 그렇다. 두 아들을 찾게 해주신 하나님께서 아들의
아픈 곳도 치료의 광선을 발하여 주실 줄 믿는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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